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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시건방짐은 딱 질색이다, 에서 선함으로 무장한(정말 생존을 위해 무장한), 건축가를 지금 일방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언짢은 부탁으로 ‘바쁜’ 그를 난처하게 했겠지, 생각하며 나의 분노와 증오를 잊었다(그렇다고 분노와 증오라니, 세상에 분노하고 증오할 일이 없는걸까, 이건 감정의 과잉이다). 다행이도 happyalo님의 덧글처럼, ‘설마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모든 건축가가 그렇지는 않’았다. 선함으로 무장한 모 건축가의 시건방짐 덕에 난, 내 일생에 한번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소중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정기용 소장.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그에게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을 조직하는 것’이다. 건물을 근사하게 설계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그에겐 우선이었고,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가느냐의 문제는 나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가를 예쁜 껍데기를 설계하는 줄 아는데 그것은 가짜에 불과하다”는 그에게서 건축가의 맑은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그를 만나고 난 뒤 서둘러 쓴 인터뷰 기사의 어깨 제목을 난, 이렇게 달았다.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건축, 사람의 꿈을 설계하는 건축가’ 부끄럽지 않았다. 인터뷰 기사를 잘 써야한다는 어린 생각에, 잔뜩 분칠하기 일쑤였지만. 그는 정말, 사람의 꿈과! 삶을! 담아내는 건축가였다.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말을 전해도 충분했다. 건축의 쓰임새와 건축이 서있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응용미술에서 건축으로 전향한 정기용 소장. 이제, 환갑. 그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는 내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잠시 침묵하며, 내 미련한 질문을 가지고 깊은 지혜의 강을 건너는 사람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났다"며 그가 시켜준 금문의 자장면 때문인지, 명륜동 주택가 골목마다 가득한 라일락 향 때문인지, 혜화동로터리를 지나 마로니에공원까지 오랜만에 들른 대학로의 들뜬 생기 덕분인지, 누군가로부터 생의 지침을 전해 받은 양, 세상사 시름이 걷히고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를 인터뷰하고 난 뒤, 기사를 반의 반의 반의 반으로 정리하는 일이 참, 힘들었다. 버리기 아쉽고, 빼놓기 아까운, 턱없이 모자란 지면과 모자란 시간과 모자란 나의 공작때문에. 우리시대 존경받는 건축가이며 실천적 지식인인 정기용 소장. 그는 스스로 ‘나는 위대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너무 온당한 진리여서 평범한, “나는 위대하다, 걸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위대하다,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해가 뜨고 구름이 떠다니는 우주쇼를 보며, 지구의 표면을 걸어 다니는 자신을 느끼면서, 세상을 전체로 바라보는 시선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서, 그는 "나는 위대하다, 나는 위대하다" 되뇌인다. (기용건축사사무소 정기용 소장 인터뷰, 2005년 4월 26일 오후 12시 10분, 명륜동, 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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