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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한 친구가 보낸 편지를 보니 가까머리 중학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 혼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1987년, 전 현재 살고 있는 군포로 이사를 오게 됐고, '남녀공학'에 이어 '남녀합반'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던 한 중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가장 절친했던 대호와 우연, 두 친구들이 떠오를 땐, 편지를 쓰곤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친구들과 연락하며 산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럼, 20년 전, 숫기없는 한 남중생의 유치찬란한 서문을 시작합니다.
민호야! 진짜, 정말로, 매우, 엄청나게 반갑다.(1년 만에 연락했으니 정말 반가웠던 게지요) 대호한테 편지를 받은 뒤에 바로 집에 와서 편지를 쓰고 있단다. 이제 5월 중순을 넘어서니 마치 한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구나! 대호하고 만나면 가끔 네 이야기를 꺼내곤 한단다. 내가 너의 편지를 읽고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그게 바로, "남녀공학"이란 네 개의 어절이었어. 군산에는 남녀공학 학교가 서흥중하고 군산상고 밖에 없거든. 참, 군산상고는 작년부터 여학생을 뽑기 시작했단다.(군산상고는 한때, 야구명문고였습니다. 이곳에서 여학생을 뽑기 시작했다는 건, 최초의 고교 여자야구부라도 만들 속셈이었을까요) 민호야,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부모님들께서는 잘 계시고? 신풍동에 살 때에는 옆집이라 놀러도 가고 했는데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진짜로 이웃사람 얼굴도 잘 모를 정도야. 네가 내 키를 알고 싶댔지? 내 키는 173cm이고 몸무게는 56kg, 나이 만 15세, 군산남중학교 3학년 4반 48번이란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2학년 때 생물을 가르치시던 우리들의 선배이신 류기철 선생님이시란다.(가르치'시'던, 선생님이'시'란다. 이 친구, 무척 예의바른 학생입니다) 대호는 7반인데 이번 중간고사 듣기 평가에서 전교에서 2명이 20개를 다 맞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이대호"라는 인물이란다. 나는 어떠냐고? 나야 머 영어와 수학, 물상 때문에 땡쳤지! 아무래도 중학교 1, 2학년 때 기초가 부족했나봐. 다른 것은 다 80~90점은 넘어서는 데 고놈들만 넘어오지 못하지 머겠냐!(이렇게 말했던 우연인 현재,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컨벤셔너가 됐습니다. 반면, 영어 듣기평가 20개를 다 맞춘 대호는 한때 대학영어 원어교재 판매를 하다가 현재 '영어'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군산은 올해부터 선지원 후시험제를 실시하게 되었단다. 내 생각에는 군고가 제일 셀 것 같아, 그 다음이 제일고, 동고, 중앙고 순서로 말이야. 내 친구 말로는 반에서 5등 안에 들어야 안정권에 속한다고 하더군. 이 말을 듣고 약간의 쇼크를 받았단다. 나는 7, 8등 안에서 깔딱거리고 있거든.(알게모르게 지 자랑이네요) 민호야, 3학년 3반에 새로운 선생님이 계셔 수학 선생님이신데 지독하게도 못가르치신단다. 그리고 두연옥 선생님께서 또 우리반 영어 선생님이란다. 봉균이는 3년 연속해서 두연옥 선생님을 담임으로 모시고 있단다.(영어를 참 재밌게 가르친 두연옥 선생님은 제 중1, 2학년 담임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 '영어+담임'과 인연이 있는 듯 합니다. 고1 때 담임 선생님도 카튜샤에서 영어를 깨우친 김태식 영어 담임이었거든요. 공고에서 영어 담임 선생님을 두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너희 누나는 거기에 가서도 공부 잘 하고 계시겠지? 한번 만나뵈서 공부하는 방법이라든지 또는 공책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묻고 싶구나.(음, 누나에게 딴 맘이 있었겠지 이놈아~) 민호야 네가 쓴 편지 첫 장 16째 줄 말 너는 그래도 여학생과 말을 잘 할 것 같이 생겼어는 너무도 엉뚱한 말이었어!(어이구~ 이걸 진심으로 받아들였어) 나는 여학생들 앞에 가면 얼굴이 새빨게 진단다.(그랬던 것 같아요. 이 친군 웃을 땐, 나보다 더 발그레 웃곤 했지요) 오늘부터 내일까지 체육대회를 하거든 내가 배구를 했어, 입장식 때는 우리 어머니 한복을 입고 나갔었어. 상상을 해 보아라, 얼마나 웃기겠니? 이제 머리 속에 있던 말들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구나. 벌써 초침이 새벽 1시를 가르키고 있어.(초침이라, 분침, 시침도 아닌 초침이라.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농담이야.(아니 착각이지 이 사람이) 민호야, 중간고사를 잘 보았기를 바라면서 이제 볼펜 아니 싸인펜 아니 만년필을 놓으려고 했다가 다시 쓰겠다.(이런 문구 정말 시간 끌기죠. 많이 애용했다던. 어째든, 만년필 자랑이네요) 우리 편지로나마 서로의 우정을 더욱 복 돋아 주었으면 한다. 네가 나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사진을 보낸다.(음, 얘는 주책이야. 놀라울 따름입니다. 남자 중학생끼리 서로 잊지 말자고 사진을 보낼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그 사진 어디에 버렸지) 되도록 오래 간직해 주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다. 친구 우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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